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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거버넌스, 정부 유전자와 운영 주체인 사람이 변해야 [한국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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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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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8 20:46: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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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강 객원기자, 작성일 2016-06-17 (금) 11:22, 수정일 2016-06-17 (금) 14:51
▶제6회 과총 국가발전포럼이 지난 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과 국가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열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 국가 위기대응 시스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와 이른바 국가 개조에 대한 요구가 높았었다. 하지만 작년에 메르스 사태와 최근에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을 보면 2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하나의 조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제도나 정책과 같은 하드웨어와 철학, 정신, 의식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 동시에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국가와 사회 운영의 철학과 가치를 일대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지난 9일(목) 열린 제6회 과총 국가발전포럼에서는 ‘과학기술과 국가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국가 거버넌스 체제의 구성과 이를 운영하는 핵심 주체인 공직사회의 가치와 철학 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
▶김태유 서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1기, 2기 국가발전포럼 발제에 참여했던 김태유 서울대 교수가 3기 국가발전포럼에도 참여해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과거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왜 인사혁신과 규제개혁이 필요한지를 피력했다.
“1380년 최무선의 화포기술로 100여 척에 불과한 고려군이 500여 척의 왜선을 격침한 해전이 진포해전이고, 1509년 함포를 장착한 포르투갈 함선 17척이 200여 척의 이슬람 연합 함대를 격침하고 인도양을 지배하게 된 해전이 디우해전”이라며 김 교수는 “세계 최초의 함포 개발에 있어서 조선이 서양을 129년이나 앞섰다”고 주장했다.
또 조선이 1503년에 세계 최초로 연은분리법을 개발했고, 그 기술을 밀수한 일본이 은수출을 통해 국부를 축적했으며, 그것으로 획득한 조총을 앞세워 대륙 침략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결국 일본은 조선의 기술을 도입하고 우대하여 국가를 발전시켰지만, 조선은 민족의 슬기조차 버리고 천대했기 때문에 일본에게 주권을 상실하게 된 것이란 얘기다.
김태유 교수는 “조선의 비극은 조선의 위정자들이 국가발전원리를 몰랐기 때문이고 조선의 위정자들이 민족의 슬기를 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최근의 공직사회의 총체적 부실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를 김 교수는 “7, 80년대 초기 산업사회를 이끌었던 모방경제시대의 엘리트 관료들이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한 2000년대에는 창조경제시대의 철밥통 관피아로 전락한 이유는 시대 환경은 변했는데, 공직사회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무엇을 할지는 아는데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정치는 있지만 정책이 없는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적 문제점 때문이라며 김 교수는 “무엇보다 먼저 정부의 유전자부터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고급공무원 인사제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가 제안한 인사제도 개편 방안은 ▲공무원의 소속을 부처에서 직무로 바꾸는 직무군. 직무렬 제도의 도입 ▲Z형 무차별 순환보직에서 Y형 경력발전제도로의 변경 ▲조정실장 제도를 통한 객관적 평가와 인사 추천 ▲중견 실무관료를 고위 정책관료와 전문 관료로 거듭나게 하는 공직 이모작 교육훈련 등이다.
이처럼 공무원 인사제도를 개혁함으로써 공무원을 개혁하고 바뀐 공무원이 정부를 개혁함으로써 정부의 겉모습만 바꾸는 미봉책이 아니라 정부의 유전자를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이 될 것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 예로 김 교수는 워털루 전투를 들었다. “워털루 전투는 전쟁사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전투인데, 나폴레옹도 왜 졌는지 이유를 알지 못해 유배 중에도 워털루 전투를 복기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소개하면서 김 교수는 “워털루 전투 패배의 근본적 원인은 장군들이 그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인사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터럭만큼도 병통이 아닌 것이 없는 바 지금이라도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다”라고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 남긴 말을 인용하면서 김 교수는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누차에 걸쳐 반복과 실패를 거듭해온 정부 개혁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도, 정책을 넘어 이제는 사람이다
다음으로 민경찬 연세대 교수는 ‘장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제주 거상 김만덕의 말을 인용하며 ‘정책과 제도를 넘어 이제는 사람이다’라는 주제의 발제를 시작했다.
▶민경찬 연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즉 WEF(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경쟁력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에서 82위, 정책결정의 투명성에서 133위,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에서 97위를 기록하는 등 우리의 문제는 결국 정책보다는 사람들 때문이란 것이다.
민 교수는 먼저 우리가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전제했다. 다시 말해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20년 안에 일자리 중 47%를 컴퓨터와 기계에게 넘겨주게 되고, 지금 어린이의 65%는 현재 없는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것이며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지나치게 빨리 발전하고 있어 2050년이면 70억 명이 ‘밥만 축내는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위기 시대에 ‘현 상태의 정부 조직을 그대로 두고 미래 전략 수립이나 예측 기능을 정부에 맡기는 것은 마치 말이나 유모차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 네비게이션을 장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는 미래학자 제임스 데이터(James Dator)의 말을 인용하며 민 교수는 국민적 과제로 국가 개조를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민 교수는 “국가와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철학, 비전, 전략이라는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고 이러한 틀 안에서 가장 적합한 체제를 논의해 나가야 한다”며 민 교수는 정부 운영시스템에 중장기적 전략, 전문성, 지속성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2016년 인사혁신처에서는 ‘인사도 국가 차원의 경영’이라는 생각으로 ▲공무원 채용제도 혁신 ▲전문직 공무원제 도입 ▲공무원 퇴직 이후 사회기여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민 교수도 “현재 우리나라의 거버넌스는 산업화 시대의 정부 주도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심각하다”며 “새로운 시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도록 재건축해야 한다”고 국가 거버넌스 재건축을 주장했다. 특히 R&D 중심으로 볼 때 기관, 영역, 개인에 따라 기대성과를 달리하는 ‘맞춤형 평가 시스템’ 도입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전과 전략, 정책을 통합 기획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기능’의 싱크탱크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것을 누가 풀어 갈 것인가 하는 것으로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부처, 집단 중심주의를 버리고 나라와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기, 단기적 업적 계산보다는 미래를 먼저 생각하기, 애매한 목적이나 목표가 아닌 무엇에 기여하고 남길 것인가 하는 뚜렷한 목표의식, 그리고 규제와 양적 성과주의가 아닌 적합한 환경 만들기, 해설자 위치에서 관전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서서 실천하기 등 개인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민 교수는 “정직, 투명, 배려, 인내, 신뢰, 사랑과 같은 철학적 감성이 진정한 개인의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된다”며 “정책이나 제도 개선에 앞서 고귀한 대의를 추구하는 역사의식,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 할 책임감처럼 국가 거버넌스에 새로운 철학과 비전, 전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본 : https://online.kofst.or.kr/kofstNewsDetail.do?pageIndex=1&key=200552&cate2=COM045_EZmyQIE&listTy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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